하마사키 아유미, 코다 쿠미 등이 소속된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에이벡스는 최근 모바일 게임 분야 진출을 위해 한국의 벤처기업과 손잡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리듬액션게임 회사 ‘둡(dooub)’이다. 리듬액션게임이란 음악에 맞춰 손 혹은 몸을 사용해 조작하는 게임. 예전 히트게임 DDR을 모바일로 옮겨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둡은 2011년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슈퍼주니어 셰이크’란 모바일 리듬액션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고등학교 친구인 최원석 씨와 공동 창업한 박기현 대표(31)는 “슈퍼주니어 셰이크 성공 이후 소녀시대, 빅뱅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노래를 차례로 게임으로 내놨는데 한류 영향으로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반응이 좋다. 일본 내 모바일 게임 앱 시장에서 둡 게임이 상위권에 올랐던 게 좋은 인상을 줘 이번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실제 둡의 매출 중 해외 비중은 지난해 90%, 올해 상반기엔 95%에 달한다. 창업 3년 만에 24개국 앱스토어 음악게임 1위를 기록한 건 물론 아시아 모바일 리듬액션게임 부문 시장점유율 30%를 웃돌 만큼 단시간에 자리 잡았다. 이번 에이벡스와의 계약으로 일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내년이면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기대다.

박 대표는 서울대 응용생물학과에 입학했다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학업보다는 사업에 더 흥미를 느낀 것. 그길로 바로 NHN에 입사해 전략기획팀에서 국내 IT산업 생태계의 흐름을 배웠다. 이어 자리를 옮긴 웹젠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체험했다.

물론 창업 초기엔 힘든 일이 많았다.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도 여러 곳이 있었다. 여기서 차별화할 수 있는 관건은 결국 어느 회사가 좋은 음원을 확보해 게임으로 만드느냐는 것. 박 대표는 생소한 모바일 리듬액션게임을 설명하기 위해 유명 음반사를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둡은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위해 다국어 시스템과 최신형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저사양 최적화 앱을 개발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습니다.”

한류의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지만 매번 모든 가수를 해외로 보내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연예 기획사들의 약점도 파고들었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게임에 눈을 돌려보란 설득이 서서히 먹혀들었다.

美 음반사와 미국 시장 진출 타진

“ ‘전 세계 모든 가수의 셰이크 시리즈를 낸다’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둡이 주요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미국 음반사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또 있을 겁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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